무호흡 잠수에 최적화된 신체… 진화가 남긴 생리적 증거
넷플릭스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 속 한 장면에서, 주인공 애순의 어머니 광례는 삶의 고비를 ‘물질’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한다.
“죽어라 팔 다리 흔들면 꺼먼 바다 다 지나고 반드시 하늘 보이고 반드시 숨통 트여.”
이 대사는 단지 위로의 말을 넘어, 제주 해녀로 살아온 여성들의 생존 본능과 강인한 삶의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생명과학계에서 이 말이 단순한 은유가 아닌, 실질적인 생물학적 사실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참고문헌 : 사이언스타임즈: '폭삭 속았수다' 속 애순의 생존 유산은 해녀 유전자?
‘폭싹 속았수다’ 속 애순의 생존 유산은 해녀 유전자?
물질에 특화된 유전자가 있다? "애순아, 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 잠녀 엄마 물질하던 생각해. ...(중략)... 죽어라 팔 다리 흔들면 꺼먼바다 다 지나고 반드시 하늘 보이고 반드시 숨통 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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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녀, 유전적으로 잠수에 강하다?
미국 유타대학교 생의학정보학과 연구팀은 제주 해녀가 반복적인 무호흡 잠수를 견디는 데 필요한 생리적 반응과 유전적 특성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ell Reports 2025년 5월호에 게재되었다.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팀은 해녀와 일반 여성의 심장 박동, 비장 크기, 혈압 반응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제주 해녀는 훈련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특이한 생리적 특징을 보여줬다.
✔️ ① 심장 박동
찬물에 얼굴을 담그는 실험에서 해녀는 심박수가 평균 18.8회 감소.
서울 여성은 9.5회에 그쳤다. 이는 산소를 아끼는 '다이빙 반사' 덕분이다.
✔️ ② 비장 크기
산소 저장고 역할을 하는 비장 크기도 해녀는 평균 223.5 cm³로 서울 여성보다 36% 더 컸다.
✔️ ③ 혈압 반응
잠수 중 뇌에 산소를 잘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이완기 혈압도 평균 10mm Hg 서울 여성 평균보다 해녀가 월등히 높았다.
🧬 진짜 유전자도 다르다?
연구팀은 전장 유전체 분석(WGS)을 통해 rs66930627이라는 유전자 변이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산소 대사, 혈압 조절, 염증 억제와 관련 있다.
- 제주 여성의 33%가 이 유전자를 보유
- 서울 여성은 단 7%만 보유
- 자연선택 결과 약 1,200년 전부터 제주 인구에 퍼진 것으로 나타남
즉, 제주 해녀는 환경에 맞춰 유전자가 진화한 특별한 인류 집단으로 보인다.
🧜♀️ 제주 해녀는 과학도 놀란 생존의 유산
이번 연구는 단순한 생리학이나 유전학적 발견을 넘어서, 제주 해녀의 삶과 유산이 진화적 적응의 산물임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제주 해녀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해녀 문화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존중, 여성 공동체의 연대, 세대를 거쳐 전승된 지속 가능한 생존 방식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우리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할 수 있다. 제주 해녀 문화는 인간 유전체가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산물이며, 생존 전략이 생리와 유전의 층위로 녹아든 살아있는 역사라는 사실이다.
바다는 혹독했지만, 그 바다를 살아낸 해녀들은 유전자로 후손에게 생존의 유산을 남겼다. 드라마 속 어머니의 말처럼, 꺼먼 바다 끝에 숨통이 트이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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