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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파라벤, 진짜 나쁜 성분일까요? 화장품 성분 완전 분석

by bokddungsh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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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사진

화장품을 구매하실 때 ‘무파라벤’, ‘파라벤 프리’라는 문구를 자주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예전에는 촉촉함이나 향, 사용감이 주된 선택 기준이었다면, 요즘은 성분을 얼마나 ‘착하게’ 만들었는지가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된 것 같습니다.

본인도 과거에는 그런 문구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피부가 민감해지고 트러블이 자주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성분표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성분이 바로 파라벤(paraben)이었습니다. 파라벤은 화장품뿐 아니라 샴푸, 바디워시, 치약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광고에서는 파라벤을 배제한 제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파라벤은 해로운 성분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파라벤의 정확한 역할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진실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파라벤은 정확히 어떤 성분인가

파라벤은 제품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부제의 일종입니다. 화장품은 물과 공기가 닿으면 쉽게 세균이 번식하게 되는데, 이런 세균 오염을 막기 위해 방부제가 필수적으로 첨가됩니다. 파라벤은 1920년대부터 사용되어 온 오래된 성분으로,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보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효율적입니다.

종류로는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 부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등이 있으며, 단일로 사용되거나 복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화장품 외에도 일부 식품, 의약품, 심지어 아기용 물티슈에도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파라벤은 수용성 성분이라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고, 흡수되더라도 대사 과정을 통해 빠르게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널리 사용되어 왔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파라벤 유해성 논란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파라벤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2004년, 영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 논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유방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파라벤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일부 언론과 소비자 단체가 이를 바탕으로 “파라벤이 유방암을 유발한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파라벤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곧 유방암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해당 연구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며, 이후 전 세계 여러 연구자와 보건 당국이 이 문제를 재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파라벤이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친다는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입니다.

현재 미국 FDA, 유럽 ECHA,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기관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파라벤을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약처 역시 파라벤 사용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단일 파라벤의 경우 최대 0.4%, 복합 사용 시 0.8%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초과한 제품은 시중에서 판매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비자가 사용하는 화장품에서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 심리와 마케팅의 영향

그렇다면 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무파라벤’ 제품을 더 선호할까요? 이는 ‘화학물질은 위험하다’, ‘자연 유래 성분이 더 안전하다’는 소비자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브랜드들은 이러한 심리를 활용해 ‘무첨가’, ‘자연주의’, ‘저자극’ 등의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민감한 피부를 가진 분들에게는 특정 화학 성분이 자극을 유발할 수도 있고, 무파라벤 제품이 더 적합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파라벤이 들어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롭거나, 무조건 배제해야 할 성분은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파라벤 대신 사용되는 대체 방부제 중에는 오히려 자극이 더 강하거나, 보존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점입니다. 보존력이 부족하면 제품이 미생물에 오염되어 피부 트러블이나 감염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무첨가’가 더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제품을 고를 때는 단순히 파라벤 유무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성분 구성과 자신의 피부 타입, 사용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똑똑한 소비자가 되자

결론적으로, 파라벤은 수십 년간 화장품과 생활용품에 사용되어 온 안전한 성분입니다. 일부 논란은 있었지만, 과학적으로는 현재 기준에서 볼 때 정해진 함량 내에서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입니다.

‘무첨가’, ‘천연 성분’ 등의 키워드에 무조건적으로 끌리기보다는, 소비자로서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고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화장품 성분 표를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은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유용한 기준이 되어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뷰티 브랜드들이 '자연유래'라는 슬로건 아래 새로운 성분을 도입하고 있지만, 과학적인 기준과 사실에 기반해 소비하는 자세가 진정한 똑똑한 소비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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